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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12월, 한강이 꽁꽁 얼어붙었던 혹독한 겨울에 그 할매를 처음 만났다. 만난 곳은 종암동 어느 한옥이었지만 그 할매는 천생 구례 할매였다. 나무 대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한복 차림의 할매는 개조해서 미닫이문을 단 마루에 한쪽 다리를 세운 채 앉아 있었다. 할매는 한달음에 시멘트 마당으로 달려왔다. 아무 말도 없이 내 어머니의 등을 쓸어내리던 할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는 난생처음 겪는 서울의 추위에 잔뜩 움츠린 채였다. 버짐 핀 얼굴이 허옇게 질려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손을 잡아끈 할매는 마룻바닥을 일일이 손으로 더듬더니 제일 따뜻한 자리에 나를 앉혔다. 할매는 어머니 등을 쓸던 거친 손으로 이번에는 내 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야무지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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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는 며느리 등을 떠밀어 지리산으로 들여보냈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몇년의 세월이 흘렀다. 할매의 남편은 빨갱이 아들을 둔 죄로 저 죽을 구덩이 제가 파고 산 채로 묻혀 세상을 떠났다. 산으로 들여보낸 며느리는 산에서 아들과 손자를 잃고 저 혼자 살아돌아와 감옥에 갇혔다. 감옥에서 나와 한동안 혼자 살던 며느리가 저와 똑같은, 그러니까 산에서 죽은 아들과 똑같이 붉은 물 들었던 남자와 혼인을 하겠다며 허락을 구했다. 할매는 형수가 그럴 수 있냐며 흥분하는 작은 아들을 타일렀다.
산 사램은 살아야제 워쩔 것이냐.
그 며느리가 딸을 데리고 찾아왔을 때 할매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저 혼자 살아돌아와 자식 보고 소소한 재미 누리며 사는 며느리가 조금도 밉지 않았을까? 저라도 살아 자식 재미 보며 사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을까? 그렇더라도 내 얼굴에서 자기 손으로 탯줄 끊어 산으로 보낸, 다시는 보지 못한 종손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환갑이 지난 지금도 나는 감히 짐작하지 못하겠다. 그러니 그토록 복잡하여 내 기억에 각인되었을 테지. 그날 이후 다시는 보지 못한 그 할매가 내 기억 속 마지막 할매다. 나의 사랑스러운 할매들은 모두 그 지난한 세월 속에, 그러한 세월을 살아낸 구례 속에 있다.
정지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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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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