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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탑이 우뚝 솟은 독특한 형태의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붉은 벽돌로 된 두 탑 사이에 7개의 종이 걸려 있고, 매시 정각에 종이 울린다. 화성=현진 프리랜서 기자
경기 화성의 남양성모성지는 고요하게 한해를 마무리하려고 아껴둔 곳이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은 독특한 성당에서 사색과 명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난 시간이 그럴듯하게 갈무리될 것 같아서다.
언덕과 골짜기가 이어진 넓은 땅에 조성된 남양성모성지. 우거진 숲 사이에 기도를 위한 길이 나 있고, 골짜기 안쪽에 대성당이 자리한다.
그런데 관련 내용 무상릴플레이 남양성모성지에 도착해보니 성당이 전부가 아니었다. 33만여㎡(10만여평)의 넓은 땅에 숲이 우거진 성지는 수목원처럼 자연의 넉넉한 품을 내어준다. 화강암으로 만든 커다란 묵주 알이 박힌 ‘묵주기도 길’이 조성돼 있고, 곳곳에 성모상 등 조각들이 세워져 있다. 입구에서 대성당까지 언덕을 오르내리며 나무 사이를 걷기만 해도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관련 내용
릴박스 관련 내용 도시 정원이자 문화 공간으로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남양성모성지는 30여년째 ‘조성 중’이다. 스위스 건축가인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대성당이 2019년 완성된 데 이어 더 많은 건물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건축가들의 건축가’로 불리는 페터 춤토르가 설계한 명상 공간 ‘티 채플’, 한국 건축 거장인 승효상 건축가가 참여한 ‘순교자의 언덕’, 관련 내용 모바일용바다이야기 이동준 건축가가 짓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엔드리스 성 요셉 예술원’이 천천히 뜸을 들이고 있다.
이렇듯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어떻게 이곳에 모이게 됐을까? 성지 조성의 중심에는 1989년 부임한 이상각 신부가 있다. 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자들이 처형된 곳으로, 1983년부터 성역화가 시작돼 1991년 한국 교회 최 관련 내용 바다이야기부활 관련 내용 초의 ‘성모성지’로 선포됐다. 이 신부는 허허벌판인 땅을 일궈 나무를 심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묵주기도 길을 만들었다. 그러다 2011년, 순례자들에게 영적인 울림을 주는 대성당 건립 계획을 세웠고, 해외 건축 기행에서 보았던 마리오 보타의 건축을 떠올렸다. 마리오 보타는 다양한 종교시설을 건축해 ‘영혼의 건축가’라 불린다. 관련 내용
바다이야기플레이2 좋은 건축에는 좋은 건축가와 좋은 건축주가 있다고 했던가. 두 사람은 스위스와 한국을 오가면서 12번이나 설계를 변경해가며 대성당을 완성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이유로 그들과 작업한 것은 아닙니다. 건축 여행에서 만난 치유의 공간, 머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평안함을 주는 공간을 떠올렸고, 그 울림을 줄 수 있는 건축가를 찾아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작업을 의뢰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주는 이 신부만이 아니다. 그의 이런 뜻에 공감한 2만7000여명이 50만장의 벽돌에 신심을 담았다.
대성당은 성지의 가장 안쪽 구릉이 만나는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다. 50m 높이로 우뚝 솟은 웅장한 탑을 올려다보니, 붉은 벽돌의 반듯한 직선들이 하늘로 끝없이 이어지며 둥근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반원기둥 모양의 두 탑 사이에는 좁은 틈이 있고, 그 윗부분에 7개의 종이 걸려 있다.
두 탑은 순교자들의 영광과 남북 화합을 상징한다고 한다. 우뚝하면서도 모나지 않고,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탑을 바라보면 왠지 모를 경외감이 든다. 벽돌과 목재 같은 전통 재료로 기하학적인 단순한 형태를 표현해 강렬한 인상을 자아내는 마리오 보타 건축의 힘이 아닐까.
건물의 형태를 제대로 보려면 옆면과 후면을 봐야 한다. 두 탑 뒤로 마름모형 몸체가 언덕 사이에 안겨 있다. 성지의 이정표처럼 탑을 세우면서도 건물은 땅속에 묻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나무 루버로 된 아치가 겹겹이 이어져 시선을 압도하는 대성당 천장. 루버 사이에는 천창이 있어 빛이 은은하게 퍼진다.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천국의 계단’이라는 긴 계단을 올라 2층 대성당(대성전)의 문을 열자, 무지개 같은 천장의 아치 구조가 시선을 압도한다. 아치는 촘촘한 단풍나무 루버로 돼 있고, 루버 사이의 천창을 거쳐 내려온 빛이 1300석 규모의 의자 위로 은은하게 퍼진다.
대성당 제단에서 탑을 올려다본 모습. 두개의 반원형 천창으로 들어온 빛이 벽에 만든 무늬가 천사의 날개 같다. 두탑 사이의 슬릿창으로도 빛이 들어온다.
천장의 아치 구조가 끝나는 곳은 앞쪽의 제단이다. 탑 아래에 자리한 제단은 대성당 건축의 백미다. 탑 꼭대기의 반원형 천창으로 들어온 빛이 제단 위로 쏟아지는데, 계절과 시간에 따라 빛의 무늬가 달라진다. 두 탑 사이에 길게 낸 슬릿창도 십자고상 뒤에서 빛을 비춰 신성한 분위기를 더한다. 자연의 빛이 구석구석 스며들어 깊이와 울림을 더하는 공간을 보면 마리오 보타를 수식하는 ‘빛의 건축가’라는 말이 떠오른다.
눈을 부릅뜬 예수의 모습이 인상적인 대성당의 십자고상과 인물의 뒷모습까지 그려진 유리성화. 이탈리아 조각가 줄리아노 반지의 작품이다.
제단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다. 눈을 부릅뜬 생동감 있는 예수의 조각이 매달린 십자고상이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20세기의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줄리아노 반지의 작품인데, 그는 “예수님 눈과 내 눈이 마주치는 느낌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십자고상 양옆에 걸린 유리성화도 그의 작품이다. ‘최후의 만찬’ 등의 주제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그림에는 동양인과 한복을 입은 여인도 있다. 또 인물들의 뒷모습까지 표현돼 ‘21세기 성화’로 평가된다.
다시 천국의 계단을 내려와 1층의 소성당으로 향했다. 목재 루버가 천장과 벽을 에워싼 소성당에서는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소성당의 제단에도 시선을 끄는 것이 있으니, 거친 질감이 돋보이는 검은색·파란색 벽이다. 경북 문경의 한지로 마감한 것으로 지역의 재료를 활용하는 마리오 보타의 철학이 스며 있다. ‘대지의 기억’을 살리기 위해 작은 디테일까지 챙기는 건축가의 따뜻한 손길에 벅찬 감동이 밀려든다.
은은하게 빛을 머금은 벽을 바라보며 성가를 듣고 있자니 절로 두 손이 모아졌다. 지난 일년의 시간이 나무와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아름다운 형상으로 드러날 거라는 믿음이 차오른다. 건축도 결국은 ‘시간의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곳. 30여년의 시간이 견고하게 응축된 공간에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 가만히 흐르도록 내버려둔다.
화성=김봉아 여행작가
경기 화성의 남양성모성지는 고요하게 한해를 마무리하려고 아껴둔 곳이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은 독특한 성당에서 사색과 명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난 시간이 그럴듯하게 갈무리될 것 같아서다.
언덕과 골짜기가 이어진 넓은 땅에 조성된 남양성모성지. 우거진 숲 사이에 기도를 위한 길이 나 있고, 골짜기 안쪽에 대성당이 자리한다.
그런데 관련 내용 무상릴플레이 남양성모성지에 도착해보니 성당이 전부가 아니었다. 33만여㎡(10만여평)의 넓은 땅에 숲이 우거진 성지는 수목원처럼 자연의 넉넉한 품을 내어준다. 화강암으로 만든 커다란 묵주 알이 박힌 ‘묵주기도 길’이 조성돼 있고, 곳곳에 성모상 등 조각들이 세워져 있다. 입구에서 대성당까지 언덕을 오르내리며 나무 사이를 걷기만 해도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관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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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은 성지의 가장 안쪽 구릉이 만나는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다. 50m 높이로 우뚝 솟은 웅장한 탑을 올려다보니, 붉은 벽돌의 반듯한 직선들이 하늘로 끝없이 이어지며 둥근 입체감을 만들어낸다. 반원기둥 모양의 두 탑 사이에는 좁은 틈이 있고, 그 윗부분에 7개의 종이 걸려 있다.
두 탑은 순교자들의 영광과 남북 화합을 상징한다고 한다. 우뚝하면서도 모나지 않고,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탑을 바라보면 왠지 모를 경외감이 든다. 벽돌과 목재 같은 전통 재료로 기하학적인 단순한 형태를 표현해 강렬한 인상을 자아내는 마리오 보타 건축의 힘이 아닐까.
건물의 형태를 제대로 보려면 옆면과 후면을 봐야 한다. 두 탑 뒤로 마름모형 몸체가 언덕 사이에 안겨 있다. 성지의 이정표처럼 탑을 세우면서도 건물은 땅속에 묻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나무 루버로 된 아치가 겹겹이 이어져 시선을 압도하는 대성당 천장. 루버 사이에는 천창이 있어 빛이 은은하게 퍼진다.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천국의 계단’이라는 긴 계단을 올라 2층 대성당(대성전)의 문을 열자, 무지개 같은 천장의 아치 구조가 시선을 압도한다. 아치는 촘촘한 단풍나무 루버로 돼 있고, 루버 사이의 천창을 거쳐 내려온 빛이 1300석 규모의 의자 위로 은은하게 퍼진다.
대성당 제단에서 탑을 올려다본 모습. 두개의 반원형 천창으로 들어온 빛이 벽에 만든 무늬가 천사의 날개 같다. 두탑 사이의 슬릿창으로도 빛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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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또 있다. 눈을 부릅뜬 생동감 있는 예수의 조각이 매달린 십자고상이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20세기의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줄리아노 반지의 작품인데, 그는 “예수님 눈과 내 눈이 마주치는 느낌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십자고상 양옆에 걸린 유리성화도 그의 작품이다. ‘최후의 만찬’ 등의 주제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그림에는 동양인과 한복을 입은 여인도 있다. 또 인물들의 뒷모습까지 표현돼 ‘21세기 성화’로 평가된다.
다시 천국의 계단을 내려와 1층의 소성당으로 향했다. 목재 루버가 천장과 벽을 에워싼 소성당에서는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소성당의 제단에도 시선을 끄는 것이 있으니, 거친 질감이 돋보이는 검은색·파란색 벽이다. 경북 문경의 한지로 마감한 것으로 지역의 재료를 활용하는 마리오 보타의 철학이 스며 있다. ‘대지의 기억’을 살리기 위해 작은 디테일까지 챙기는 건축가의 따뜻한 손길에 벅찬 감동이 밀려든다.
은은하게 빛을 머금은 벽을 바라보며 성가를 듣고 있자니 절로 두 손이 모아졌다. 지난 일년의 시간이 나무와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아름다운 형상으로 드러날 거라는 믿음이 차오른다. 건축도 결국은 ‘시간의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곳. 30여년의 시간이 견고하게 응축된 공간에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 가만히 흐르도록 내버려둔다.
화성=김봉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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